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의 라커룸은 축제 분위기지만, 다음 날 아침부터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 지워집니다.
바로 "내년에도 할 수 있겠어?"라는 질문입니다. NBA에서는 연속 우승을 '리핏(Back-to-Back)', 3회 연속 우승을 '쓰리핏(Three-peat)'이라고 부릅니다.
이 단어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시대를 지배한 '왕조'에게만 허락되는 칭호입니다.
챔피언의 숙명: 모든 팀의 공공의 적
우승팀이 결정되는 순간, 나머지 29개 팀의 목표는 하나로 고정됩니다. 바로 "챔피언을 무너뜨리는 것"입니다.
- 전술 노출: 우승팀의 전술은 비시즌 동안 모든 분석관에 의해 낱낱이 파헤쳐집니다. 상대 팀들은 챔피언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수비를 들고 나옵니다.
- 동기부여의 하락: 인간인 이상 정점에 한 번 오르면 긴장감이 풀리기 마련입니다. 반면 상대 팀들은 챔피언을 잡기 위해 '플레이오프급'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달려듭니다. 매 경기 매치업이 결승전처럼 느껴지는 피로감을 견뎌야 합니다.
'성공의 대가' 샐러리 캡과 전력 유출
현대 NBA 시스템은 왕조의 탄생을 구조적으로 방해합니다.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도 '선수들의 가치 상승'입니다.
- 연봉 상승: 우승 멤버들은 시장 가치가 폭등합니다. 주전뿐만 아니라 벤치 멤버들까지 타 팀에서 거액의 제안을 받게 되죠. 2편에서 배운 '샐러리 캡' 때문에 구단은 모든 우승 멤버를 붙잡아둘 수 없습니다.
- 핵심 조각의 상실: 결국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떠나게 되고, 전력에 구멍이 생기면서 왕조의 성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.
육체적, 정신적 소진 (The Fatigue)
파이널까지 진출하는 팀은 그렇지 못한 팀보다 시즌당 약 20~25경기를 더 치릅니다.
- 누적된 피로: 리핏을 노리는 팀은 남들보다 훨씬 짧은 휴식기를 갖습니다. 이것이 2~3년 반복되면 선수들의 무릎과 발목에는 피로 골절이나 만성 염증이 쌓입니다.
- 정신적 마모: 매 순간 쏟아지는 미디어의 압박과 "당연히 이겨야 한다"는 기대치는 선수들의 멘탈을 갉아먹습니다. 마이클 조던조차 첫 쓰리핏 이후 "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"며 야구로 외도를 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정신적 탈진 때문이었습니다.
역사가 기억하는 위대한 왕조들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경을 뚫어낸 팀들이 있습니다.
- 60년대 보스턴 셀틱스: 전무후무한 8회 연속 우승(8-peat).
- 90년대 시카고 불스: 두 번의 쓰리핏(총 6회 우승)을 달성한 조던의 시대.
- 2000년대 초반 LA 레이커스: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합작한 마지막 쓰리핏.
- 2010년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: 5년 연속 파이널 진출과 3번의 우승.
제가 왕조 팀들을 보며 배운 것은, 기술보다 위대한 것은 '안주하지 않는 마음'이라는 점입니다.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을 때 가장 먼저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는 팀만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습니다.
[핵심 요약]
- 리핏(2연패)과 쓰리핏(3연패)은 NBA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'왕조'를 상징하는 위대한 기록이다.
- 우승팀은 전술 노출, 상대 팀의 집중 견제, 선수들의 동기부여 하락이라는 세 가지 내부 적과 싸워야 한다.
- 샐러리 캡 제도는 우승 멤버들의 연봉 상승으로 인한 전력 유출을 야기해 연속 우승을 어렵게 만든다.
-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소진을 극복하고 왕좌를 지켜내는 과정은 첫 우승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.
만약 여러분이 감독이라면, 우승 직후 노쇠화된 베테랑과 재계약하시겠습니까? 아니면 미래를 위해 과감히 팀을 개편하시겠습니까?